나는 '공부하다'라는 말 쓰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통상적으로 공부라는 말 속에는 고리타분한 모범생- 대학 가기 전까지 모두가 해야 하는 것- 진부한 일- 어른들의 아이들에 대한 압박- 같은 느낌들이 함축되어 있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이따 오후에 뭐 해? 공부해. 라고 대답하면 윽 하고 쳐다보던 어릴 적 친구들의 시선. 하지만 사실 나는 그 시선을 받기가 두려웠기 때문에, 실제로 그렇게 대답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공부工夫라니. 한자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럴듯한 해석이나 철학적 의미조차 없다. 그 옛날 아버지가 하던 일을 물려받아 장인이 되어야만 어른이 되고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었던 남자아이들은 21세기의 여느 가정에서처럼 공부하라는 소리를 들으며 가구에 자개 붙이는 기술 같은 걸 익혔을까?
그 공부하라는 소리는 너도 나도 다 같이 들어 가며 근 이십 년을 살아온 말이라서, 정작 진짜 공부를 해야 할 아이들이 제대로 공부를 해 보려 들 때조차 그렇게 진부할 수가 없다. 공부해야 한다는 (혹은 공부한 티를 내어야 한다는?) 압박은 사회 전체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집에서만 공부해라를 안 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나도 중학교 때까지는 정말로 공부 잘 하는 것이 생활의 큰 의미였지 싶다. 그 다음엔 내 갈 길을 공부라는 미명하에 한정시키면 안 되지 싶어서, 그렇다면 내 길은 무얼까, 너나없이 달아오르는 이 시대 공부 열풍에 나도 쓸려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밑도끝도 없는 '공부' 한 단어 말고 어떤 주제로 이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 볼까,
하다가 다시 공부하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었다. 내 남자친구가 이틀 전에 전화기 너머에서 그랬는데: 수학은 계산이다 - 아니다 - 수학은 계산이다 하고 똑같은 것을 반복해서 깨달을 때, 첫 번째 수학은 계산이다와 두 번째 수학은 계산이다는 달라도 한참 다른 수학은 계산이다라고 했다.
물론 난 공부가 아니라 다른 말이 있다면 더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