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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 에 해당하는 글4 개
2009/03/30   산에 왔다 (1)
2009/03/18   3월 16일-17일-18일 (3)
2009/03/02   공부 (5)
2009/03/02   터미널 옆 서점에서 시 (1)


산에 왔다
울림 | 2009/03/30 19:20
산에 왔다 다북하게 피어 있는 진달래도 예쁘지만 앙상한 가지들 사이
오롯이 피어난 한 송이가 매력있다.

- 우리 엄마




3월 16일-17일-18일
하루 | 2009/03/18 01:35
오후 동안 앉아 있던 도서관 창가 자리는 바람에 놀란 자동차들의 도난 방지 사이렌 소리로 시끄러웠다.
걸쇠가 헐거워진 낡은 창문이 이따금씩 벌컥 벌컥 열려서 책상 위로 모래바람이 불어들었다.
창문을 내다보다가, 공기 중에서 바람에 쓸리는 모래의 누런 밀도파를 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열심히 코와 입을 막아도 다 부질없는 것이, 나갔다 돌아오면 어쨌든 목 안이 깔깔하다.

구두 굽을 갈러 쪽문 밖으로 나가다가 올 봄 첫 벚꽃을 보았다.
벌써 꽃이 흐드러지게 핀 아름관 앞 매화나무는 향기가 좋다.
모래를 씻어내리는 느낌으로 가을 국화차를 일곱 잔이나 마셨다. 물은 나를 가로질러 흐른다. 꽃잎에도 황사가 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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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소리 | 2009/03/02 01:31

나는 '공부하다'라는 말 쓰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통상적으로 공부라는 말 속에는 고리타분한 모범생- 대학 가기 전까지 모두가 해야 하는 것- 진부한 일- 어른들의 아이들에 대한 압박- 같은 느낌들이 함축되어 있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이따 오후에 뭐 해? 공부해. 라고 대답하면 윽 하고 쳐다보던 어릴 적 친구들의 시선. 하지만 사실 나는 그 시선을 받기가 두려웠기 때문에, 실제로 그렇게 대답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공부工夫라니. 한자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럴듯한 해석이나 철학적 의미조차 없다. 그 옛날 아버지가 하던 일을 물려받아 장인이 되어야만 어른이 되고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었던 남자아이들은 21세기의 여느 가정에서처럼 공부하라는 소리를 들으며 가구에 자개 붙이는 기술 같은 걸 익혔을까?
그 공부하라는 소리는 너도 나도 다 같이 들어 가며 근 이십 년을 살아온 말이라서, 정작 진짜 공부를 해야 할 아이들이 제대로 공부를 해 보려 들 때조차 그렇게 진부할 수가 없다. 공부해야 한다는 (혹은 공부한 티를 내어야 한다는?) 압박은 사회 전체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에 집에서만 공부해라를 안 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나도 중학교 때까지는 정말로 공부 잘 하는 것이 생활의 큰 의미였지 싶다. 그 다음엔 내 갈 길을 공부라는 미명하에 한정시키면 안 되지 싶어서, 그렇다면 내 길은 무얼까, 너나없이 달아오르는 이 시대 공부 열풍에 나도 쓸려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밑도끝도 없는 '공부' 한 단어 말고 어떤 주제로 이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 볼까,
하다가 다시 공부하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었다. 내 남자친구가 이틀 전에 전화기 너머에서 그랬는데: 수학은 계산이다 - 아니다 - 수학은 계산이다 하고 똑같은 것을 반복해서 깨달을 때, 첫 번째 수학은 계산이다와 두 번째 수학은 계산이다는 달라도 한참 다른 수학은 계산이다라고 했다.
물론 난 공부가 아니라 다른 말이 있다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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